고객의 각종 욕설과 험담을 듣고 참아가며 가장 낮은 곳에서 낮은 대가로 감정노동을 하는 콜센터 실습현장,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을 내몰아가는 학교, 그 사이에서 고통받는 학생들. 콜센터 경험이 7년 정도 있고, 지금도 3년 넘게 재택근무로 업무의 강도는 비교적 주인공보다는 작은 감정노동을 하는 나로서는 공감할 수밖에 없는 영화이다.
1. 정주리 감독과 배두나와 김시은
정주리 감독은 시나리오가 완성 됐을 때 바로 배두나 배우에게 보냈다고 한다. 주인공 소희는 캐스팅도 하기 전이었다. 바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같이 하자고 약속했다고 한다. 배두나는 마치 감독 본인 마음에 들어왔다 나간 것처럼 영화에 대한 온전한 모습 그대로를 이해하고 있었고, 이 영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고 한다. 배두나는 정주리 감독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문체를 좋아하고, 다루는 주제나 소재도 마음에 와닿는다고 한다. 심사숙고하고 마지막까지 고민한 다음 신중하게 출연을 결정하는데, 정주리 감독의 작품은 시나리오에 반하게 된다고 한다. 정주리 감독은 유진과는 다르게 소희는 기존의 한국 영화에는 없는 참신한 얼굴이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래서 오디션을 많이 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조감독이 신인 배우 김시은을 소개해 주었다고 한다. 정주리 감독은 김시은을 첫 만남 당일에 낙점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시나리오가 어땠느냐는 질문에 김시은이 소희가 꼭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평범한 대답이었지만 이야기에 대해 객관화해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배역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소희가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면 좋겠다는 바람이 차분하게 정주리 감독을 압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비범하다고 느낀 것이다. 김시은은 점점 고립되는 소희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고, 소희에서 유진의 이야기로 전환되는 과정이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영화가 공개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소희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2. 줄거리
특성화고 애견학과 졸업을 앞둔 주인공 소희는 담임선생님이 대기업 사무직 현장실습을 제안하고 소희는 이에 현장실습을 하게된다. 그녀가 하는 일은 인터넷 해지를 방어하는 전화 고객응대 업무이다. 첫 업무이기 때문에 미흡할 수밖에 없지만 고객에게 갖은 욕설과 비난 등을 경험하면서도 최선을 다한다. 친절한 이준호 팀장은 과도한 업무와 실적 압박, 본사의 부당한 처우에 의해 자신의 차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한다. 회사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직원들이 장례식장 참석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얼마 안 되는 돈과 비밀유지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하여 직원들을 단속한다. 그러나 소희는 회사의 방침을 어기고 장례식장에 갔다 온다. 이준호 팀장 다음으로 부임한 팀장은 불친절했으며 팀원들을 더욱 괴롭히게 된다. 소희는 새 팀장이 부임한 지 얼마 안 되어 받은 콜에서, 소희는 서비스 해지를 방어하지 못하고 고객은 서비스를 해지하게 되었으며 정직 3일을 받게 된다. 적은 급여를 받으며 인센티브라는 목표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지만, 인센티브는 3개월 뒤에나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회사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해 초과근무를 하면서까지 노력을 하지만 현실은 그녀를 점점 지치게 만들고 밝은 얼굴은 점차 어둡게 바뀌게 된다. 그렇게 하루하루 희망 없는 삶을 살았던 소희는 남자친구도 연락이 되지 않자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그리고 복귀를 하게 된 형사 유진이 소희의 사건 조사를 담당하게 된다. 소희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그녀의 주변인들과 환경을 탐문하게 되고, 소희의 회사를 방문해 팀장과 면담을 한다. 다행히 같이 근무한 직원이 그녀를 따라와 소희와 이준호 팀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희와 연관된 모든 이들을 조사하면서 불합리한 시스템과 어른들의 방관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 학교는 교육청 평가와 취업률에만 관심이 있다. 유진은 책임지려 하지 않는 어른들과 학교, 현장 실습에 배치되는 회사 사람들과 함께 부검이 끝난 소희의 장례를 치른다. 며칠이 지나고 유진의 파트너 배형사는 호수에서 주인공의 휴대폰을 찾았고, 그 휴대폰 안에는 계속 틀리던 안무를 완벽하게 해내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해맑게 웃고 있던 여고생 한 명이 있었다. 유진은 휴대폰에 남아있는 오직 하나의 동영상을 보며 오열하게 되고, 영화는 그렇게 끝을 맺는다.
3. 후기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정주리 감독이 2017년 3월에 방영했던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해당 사건의 전말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평범한 소시민이라고 생각했던 감독 자신이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도록 만든 방관자였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얻으면서 이 영화를 반드시 만들어 세상에 알려야한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다행히 제작사의 기획의도와 맞닿아 제작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린 현장실습생 사망사건은 이 영화의 콜센터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 특성화 고등학교의 현장실습 노동현장에서 지금도 발생하고 있고, 모두가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성과주의와 학교, 교육청의 말도 안 되는 시스템에 의해 돈 몇 푼으로 소중한 학생들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어른인 것이 부끄럽고, 분노하게 되고, 먹먹하고, 눈물이 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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